솔직히 저는 이탈리아 여행 전까지 기념품이라고 하면 마그넷이나 엽서 정도가 전부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직접 시장을 돌아다니다 보니 먹고, 바르고, 쓰는 물건들이 훨씬 오래 여행을 기억하게 해준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이 글은 그 경험에서 나온 이야기입니다.

이탈리아 시장, 들어가기 전에 알았으면 좋았을 것들
처음 이탈리아 재래시장에 발을 들였을 때는 솔직히 압도됐습니다. 냄새부터 달랐습니다. 숙성된 치즈 향, 올리브유 냄새, 트러플 향이 뒤섞여 공기 자체가 식욕을 자극했습니다. 그리고 가장 놀란 건 시식이 자유롭다는 점이었습니다. 치즈와 발사믹 식초는 종류별로 먹어보고 살 수 있었기 때문에, 맛을 보기 전에 지갑을 열 필요가 없었습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이탈리아 시장에서 구매한 물건들은 같은 종류라도 국내에서 파는 것과 수준이 다르다는 걸 느꼈습니다. 특히 발사믹 식초가 그랬습니다. 발사믹 식초 중에서도 트라디치오날레(Tradizionale)라고 불리는 전통 방식의 제품은, 포도 농축액을 여러 나무통에 옮겨 가며 최소 12년 이상 숙성시킨 것을 뜻합니다. 여기서 트라디치오날레란 이탈리아 모데나와 레조 에밀리아 두 지역에서만 공식 인증을 받아 생산되는 최상급 발사믹을 가리키며, 단순한 조미료가 아니라 그 자체로 먹는 식초입니다. 이탈리아 사람들이 건강을 위해 발사믹 식초를 스푼에 떠서 그냥 먹는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는 반신반의했는데, 시식해 보고 나서야 이해했습니다. 국내에서 접하던 것보다 훨씬 덜 자극적이고, 단맛과 신맛의 균형이 달랐습니다. 그 발사믹을 치즈 한 조각 위에 살짝 얹어 먹는 조합은 지금도 그리운 맛입니다.
시장에서 구매한 치즈는 진공 포장(Vacuum Packaging)으로 처리해 줍니다. 진공 포장이란 포장재 안의 공기를 완전히 제거해 산소와의 접촉을 차단함으로써 부패를 늦추는 방식으로, 덕분에 한국까지 신선도를 유지한 채 들고 올 수 있었습니다. 시장 상인에게 부탁하면 현장에서 바로 처리해 주는 곳이 많으니, 구매 전에 꼭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걸 모르고 갔더라면 후회했을 식재료들
제가 이번 여행에서 가장 만족한 기념품은 피스타치오 스프레드입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피스타치오 스프레드는 이탈리아 시칠리아산 피스타치오를 갈아 만든 잼 형태의 가공식품으로, 설탕을 최소화해 견과류 본연의 고소함이 살아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국내에서 파는 피스타치오 제품들과 달리 달지 않고 진했습니다. 빵에 발라도 좋고, 아이스크림 위에 올려도 그만이었습니다. 가격도 한국보다 확연히 저렴했고, 시장에서는 브랜드 제품보다 현지 소규모 생산 제품들이 오히려 품질이 좋은 경우가 많았습니다.
트러플(송로버섯) 가공품도 놓치면 아쉬운 품목입니다. 생트러플은 반입 규정상 제약이 있지만, 트러플 소금이나 트러플 오일은 통관에 무리가 없습니다. 트러플 소금이란 고운 소금에 건조 트러플 분말을 혼합한 조미료로, 계란 요리나 파스타에 살짝 뿌리는 것만으로 요리의 향 프로파일(Flavor Profile)을 완전히 바꿔줍니다. 여기서 향 프로파일이란 음식이 가진 향의 전체적인 구성과 층위를 뜻하는 조리 용어입니다. 작은 병 하나가 집 밥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려 준다는 점에서 가성비가 뛰어납니다.
이탈리아 시장 기념품을 고를 때 챙기면 좋은 품목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트라디치오날레 발사믹 식초: 시식 후 취향에 맞는 숙성도 선택
- 진공 포장 치즈: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 페코리노 등 종류 다양
- 피스타치오 스프레드: 달지 않고 고소한 것 위주로 선택
- 트러플 소금 또는 트러플 오일: 부피가 작아 캐리어 부담 없음
-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 냉압착(Cold Press) 방식으로 생산된 제품 권장
참고로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에서 냉압착이란 열을 가하지 않고 기계적 압력만으로 올리브에서 기름을 짜내는 방식을 가리킵니다. 이 방식이 중요한 이유는 열 처리를 하지 않아야 폴리페놀 같은 항산화 성분이 파괴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탈리아 농무부(MIPAAF)는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의 품질 기준을 산도 0.8% 이하로 규정하고 있으며, 이 기준을 충족한 제품에만 해당 등급을 인정합니다(출처: 이탈리아 농업·식품·산림부).
마그넷 한 장도 제값 주고 사는 구매 팁
사실 이탈리아 기념품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제일 먼저 사는 건 마그넷이나 엽서일 겁니다. 저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이건 가격을 조금만 알고 가도 손해 보는 일이 없습니다. 로마 기준으로 일반 마그넷은 1유로, 퀄리티가 조금 있는 것은 1.5유로 정도가 적정 시세입니다. 엽서는 2장에 1유로 정도면 충분합니다. 이보다 가격이 높다면 같은 골목 다른 가게를 한 번 더 들어가 보는 것이 낫습니다.
한 가지 더 주의할 점은 결제 방식입니다. 소규모 상점이나 노점 중에서는 5유로 이상부터 카드 결제가 가능한 곳들이 있습니다. 소액 현금을 조금씩 나눠 들고 다니는 편이 편합니다. 유럽중앙은행(ECB)에 따르면 유로존 내 현금 결제 비율은 여전히 전체 거래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특히 소매 관광 시장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출처: 유럽중앙은행).
바티칸에 방문할 계획이 있다면, 바티칸 주변 노점에서 파는 신부님 달력도 눈에 띄면 하나 집어 드는 걸 권합니다. 저는 종교가 없는데도 샀는데, 소장용으로도 그렇고 선물용으로도 반응이 좋았습니다. 그리고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하몽이나 생육류, 생과일은 검역 규정상 국내 반입이 금지되어 있습니다. 시장에서 하몽 냄새에 혹해서 샀다가 공항에서 버리는 상황이 생기지 않도록, 이 부분은 미리 확인하고 가시길 바랍니다.
이탈리아에서 가져온 피스타치오 스프레드 한 병, 발사믹 식초 한 병이 집 냉장고에 들어있는 동안은 여행이 완전히 끝난 느낌이 들지 않았습니다. 기념품을 고를 때 진열장에 올려놓을 것보다, 매일 꺼내 쓸 수 있는 것을 우선으로 생각해 보시길 권합니다. 그 편이 훨씬 오래, 이탈리아를 곁에 두는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