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자유여행을 앞두고 필수템 목록을 뒤지다 보면, 추천 아이템이 넘쳐납니다. 근데 막상 다녀오고 나면 반은 짐만 차지했다는 걸 알게 됩니다. 저도 직접 다녀와서야 "이건 진짜 필요했다"와 "이건 그냥 뺐어야 했다"가 확실히 나뉘었습니다. 그 기준을 솔직하게 정리해 봤습니다.

유럽에서 진짜 목숨 같았던 도난방지 아이템
유럽 여행에서 소매치기 걱정 안 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실제로 지하철에서 누군가 제 가방 지퍼를 열려는 시도를 경험했습니다. 그때 도난방지 가방 덕분에 지갑을 지킬 수 있었고, 그 순간 이후로 이 아이템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확신이 생겼습니다.
도난방지 가방의 핵심은 RFID 차단 기능과 물리적 잠금 구조의 조합입니다. 여기서 RFID(Radio Frequency Identification) 차단이란, 카드나 여권에 내장된 무선 칩을 외부에서 불법으로 스캔해 정보를 빼가는 것을 막아주는 기술을 말합니다. 유럽에서는 단말기에 카드를 살짝 갖다 대기만 해도 결제가 되는 비접촉식 방식이 매우 보편화되어 있어서, 이 차단 기능이 없으면 카드 정보가 통로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유출될 수 있습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지퍼를 D링으로 교차해 잠그는 구조의 백팩은 설령 누군가 지퍼를 당겨도 열리지 않아 심리적으로도 한결 편했습니다. 핸드폰 스트랩도 함께 사용했는데, 이동 중 핸드폰을 꺼낼 일이 많은 유럽 여행 특성상 손목이나 목에 스트랩을 걸어두는 것만으로도 소매치기 시도 자체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짐 이동 중에는 캐리어 와이어 잠금장치도 유용했습니다. 기차 안에서 선반 위 캐리어가 계속 신경 쓰였는데, 캐리어 두 개를 와이어로 묶고 자물쇠를 채워두자 그제야 자리에 앉을 수 있었습니다. 자전거 자물쇠처럼 부피가 큰 것보다 얇은 와이어 줄에 다이얼 자물쇠 조합이 부피 면에서 훨씬 효율적입니다.
실제로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가 매년 발표하는 여행자 범죄 통계에 따르면 관광지 밀집 지역에서의 소매치기는 가장 흔한 여행자 피해 유형 중 하나로 꼽힙니다(출처: 인터폴). 장비 하나로 여행 전체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도난방지 용품에 예산을 아끼는 건 비추입니다.
기내용품 필수 아이템
기내에는 웬만한 건 다 챙겨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도 처음엔 그랬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가보니 기내에서 진짜 필요한 건 생각보다 훨씬 적었습니다.
제가 경험상 기내에 반드시 챙겨야 할 아이템을 추리면 다음과 같습니다.
- 접이식 슬리퍼: 장거리 비행에서 신발을 오래 신고 있으면 발 부종이 심해집니다. 슬리퍼 덕분에 10시간 넘는 비행에서 발이 훨씬 편했습니다.
- 충전 케이블: 기내에서는 보조배터리 사용이 불가하므로, 좌석 USB 포트를 이용하려면 케이블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 휴대용 가글: 장거리 비행 중 입이 건조해지고 텁텁해지는 경험을 해보셨다면 이게 얼마나 쾌적함을 주는지 아실 겁니다.
- 상비약 (지사제, 알레르기 약): 물갈이나 새로운 환경으로 인한 알레르기 반응은 예고 없이 찾아옵니다. 현지에서 약을 구하는 건 생각보다 번거롭습니다.
여행 짐 줄이기
목베개나 기내 전용 안대는 챙겨가도 그렇게 효과가 좋은지 모르겠다는 게 솔직한 감상입니다. 왕복으로 2번 쓰기 위해 여행 내내 들고 다녀야 되는 게 짐만 차지하고 실용성은 기대에 못 미쳤습니다.
보조배터리는 용량이 생명입니다. 저는 20,000mAh(밀리암페어시) 짜리를 챙겼는데, 여기서 mAh란 배터리가 얼마나 많은 전하를 저장할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단위로, 수치가 높을수록 더 많이 충전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여행 내내 보조배터리가 방전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가볍고 작은 제품이 여행에 좋다고 알려져 있지만, 하루 종일 사진 찍고 지도 켜두면 5,000mAh 용량은 반나절이면 바닥납니다. 용량 우선으로 선택하는 게 맞습니다.
유럽 내 국가 간 이동에 저가항공을 이용할 경우 수하물 규정이 매우 까다롭습니다. LCC(저비용 항공사)의 수하물 정책이란, 위탁 수하물과 기내 반입 수하물의 무게 및 크기를 일반 항공사보다 훨씬 엄격하게 제한하는 규정을 말합니다. 초과 시 현장에서 추가 요금이 부과되는데 금액이 상당합니다. 이 때문에 캐리어 무게 측정기는 필수입니다. 대부분의 숙소에는 체중계가 없어서, 미리 측정기를 챙겨 숙소에서 무게를 맞춰두지 않으면 공항에서 낭패를 봅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이게 없었다면 저가항공 탑승 때 꽤 당황스러운 상황이 생겼을 겁니다.
접이식 보조가방(에코백 형태)도 생각 이상으로 활용도가 높았습니다. 유럽 대부분의 마트와 상점은 봉투가 유료라 장바구니가 없으면 매번 비용이 발생합니다. 기념품을 바리바리 사 올 때도 여분의 가방이 있으면 훨씬 수월합니다. 한국 소비자원에 따르면 해외여행 중 쇼핑 관련 지출은 여행 경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출처: 한국소비자원). 짐을 가볍게 챙겨가고 현지에서 필요한 것을 융통성 있게 해결하는 편이 전체 여행의 만족도를 높입니다.
유럽 여행에서 짐 싸기는 결국 "무엇을 뺄 것인가"의 싸움입니다. 직접 다녀온 경험을 돌아보면, 도난방지 관련 용품과 위생 용품은 아낌없이 챙기고, 애매하게 있으면 좋을 것 같은 아이템은 과감하게 빼는 쪽이 훨씬 낫습니다. 여행 전에 짐 목록을 한 번 더 점검하고, 각 아이템이 "없으면 진짜 곤란한가"를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것만으로도 캐리어 무게가 꽤 줄어들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