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많은 매력적인 도시들 중 어디를 가야 될지 고민이 많을 것입니다. 그 고민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고자 저의 여행 경험을 공유해 보겠습니다.

다낭 vs 호이안, 어디에 숙소를 잡아야 할까
베트남 중부 여행을 계획하면 대부분 다낭에 숙소를 잡고 호이안을 당일치기로 다녀오는 일정을 짭니다. 실제로 저도 첫 번째 방문 때 그렇게 했습니다. 그런데 그때 느낀 건, 다낭이 생각보다 훨씬 한국스럽다는 겁니다. 거리에서 한국어가 들리는 건 기본이고, 식당 메뉴판에도 한국어가 병기되어 있을 정도입니다. '경기도 다낭시'라는 별명이 괜히 붙은 게 아닙니다.
해외여행에서 한국어를 벗어나고 싶은 분이라면 숙소를 호이안에 잡는 걸 진지하게 권합니다. 호이안은 다낭에서 차로 30분 거리밖에 되지 않지만, 한국인 밀도가 눈에 띄게 낮습니다. 제가 직접 비교해 봤는데 같은 저녁 시간대에 올드타운 거리를 걸어도 들려오는 언어의 비율 자체가 다릅니다.
호이안 올드타운(Old Quarter)은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UNESCO World Heritage Site)으로 지정된 지역입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란 인류 공통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지닌 유산으로, 유엔 교육과학문화기구가 공식 목록에 등재하여 보호하는 장소를 말합니다. 일본 상인들이 거주하던 목조 건축물과 중국식 회관, 베트남 전통 가옥이 한 골목에 공존하는 풍경은 다른 곳에서는 보기 어렵습니다. 밤이 되면 투본강 위로 수천 개의 소망등이 떠내려가는데, 이건 사진으로는 절대 전달이 안 되는 장면입니다. 제가 직접 봤을 때 처음에는 그냥 예쁜 불빛 정도겠거니 했다가, 강 위가 온통 빛으로 가득 찬 순간 말이 없어졌습니다.
쇼핑할 때 한 가지 꼭 알아야 할 점이 있습니다. 호이안 올드타운 상점들은 대부분 정찰제(Fixed Price)가 아닙니다. 정찰제란 모든 손님에게 동일한 가격을 적용하는 방식인데, 이곳은 그렇지 않다는 뜻입니다. 제가 같은 가게를 이틀 연속 방문했을 때 같은 물건에 다른 가격을 제시받은 경험이 있습니다. 부르는 가격의 3분의 1 수준에서 흥정을 시작하고, 그 중간 어딘가에서 합의를 보면 됩니다.
한 가지 덧붙이고 싶은 점이 있습니다. 가격 흥정을 귀찮거나 소액이라 의미 없다고 건너뛰는 분들도 있는데, 그러면 결과적으로 다음 관광객에게 피해가 돌아갑니다. 이 가격에도 팔린다는 걸 확인한 상인이 다음번에는 더 높은 가격을 부르는 구조가 반복되기 때문입니다. 돌아보면 씁쓸한 일인데, 저 역시 처음에는 몰랐습니다.
나트랑보다 깜란이 나은 이유
나트랑(Nha Trang)은 베트남 중남부를 대표하는 해양 관광지입니다. 맑은 바다와 다양한 수상 액티비티로 유명한데, 제가 직접 가보니 솔직히 좀 당혹스러운 부분이 있었습니다. 나트랑 역시 한국인이 워낙 많아서 거리 곳곳에 한국어 간판이 붙어 있고, 호텔 프런트에서도 한국어로 응대가 가능한 곳이 흔합니다. 편하다면 편한 환경이지만, 해외에 왔다는 감각이 흐릿해지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이런 분들에게는 깜란(Cam Ranh)을 추천합니다. 나트랑에서 차로 45분에서 1시간 정도 더 이동하면 나오는 곳으로, 깜란 국제공항이 있는 지역이기도 합니다. 이곳에는 대형 럭셔리 리조트들이 해변을 따라 들어서 있고, 나트랑에 비해 인파가 훨씬 적습니다. 프라이빗 비치(Private Beach)를 갖춘 리조트가 많은데, 프라이빗 비치란 해당 숙박 시설 투숙객만 이용 가능한 전용 해변을 뜻합니다. 바다만 보러 가는 거라면 차라리 깜란에서 리조트에 들어앉아 있는 게 훨씬 낫다는 게 제 경험상 내린 결론입니다.
베트남 관광청 통계에 따르면 2023년 한 해 동안 베트남을 찾은 한국인 관광객 수는 약 360만 명에 달했습니다(출처: 베트남 관광청). 전체 외국인 방문객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국적이 한국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인기 관광지에서 한국어를 피하기 어렵다는 건 구조적인 문제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더더욱, 주요 관광지에서 살짝 벗어난 대안 루트를 알아두는 게 여행의 질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베트남 내 현지 이동의 핵심, 그랩과 기차 활용법
베트남 현지에서 이동할 때 그랩(Grab)은 사실상 필수입니다. 그랩은 동남아시아 전역에서 운영 중인 차량 호출 서비스(Ride-Hailing Service)입니다. 차량 호출 서비스란 스마트폰 앱을 통해 목적지와 요금을 미리 확인하고 차량을 부르는 방식으로, 운전기사와 가격 협상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출발 전에 요금이 확정되어 화면에 표시되기 때문에 내릴 때 바가지 걱정이 없습니다. 베트남 거리는 습도와 더위가 상당한데, 에어컨이 나오는 차 안에서 이동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체력 소모가 크게 줄어듭니다.
장거리 이동에는 슬리핑 트레인(Sleeping Train), 즉 침대칸 기차를 경험해 볼 만합니다. 슬리핑 트레인이란 4인 혹은 6인 침대가 배치된 기차 칸에서 누워서 이동하는 방식으로, 우리나라의 무궁화호 침대칸과 비슷한 구조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저는 베트남 장기 여행 중 다낭에서 나트랑으로 이동할 때 이 기차를 탔는데, 시설은 예상보다 나빴습니다. 누워서 이동하는 것 자체는 나쁘지 않고 가격도 합리적입니다.
다만 기차 화장실에 대한 평이 극도로 안 좋다는 건 미리 알아두셔야 합니다. 이건 제 경험이 아니라 현지에서 만난 여러 여행자에게도 공통으로 확인한 부분입니다. 탑승 직전에 역 화장실을 다녀오고, 기차 안에서는 바로 잠드는 전략이 현실적입니다. 도착역에 내리자마자 역 내 화장실로 향하는 것도 잊지 마십시오.
현지 이동 시 핵심 포인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그랩 앱은 출국 전 미리 설치하고 카드 등록까지 완료해 두면 현지에서 바로 사용 가능합니다.
- 슬리핑 트레인 탑승 전에는 반드시 역 화장실을 이용하고, 도착 후에도 역 내 화장실을 가장 먼저 찾을 것을 권합니다.
- 환전은 한국에서 달러 신권 고액권으로 바꾼 뒤 현지 금은방에서 베트남 동(VND)으로 교환하면 환율이 유리한 경우가 많습니다.
- 대도시에서는 오토바이를 이용한 날치기 소매치기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길가에서 스마트폰을 손에 들고 사용하거나 가방을 몸 바깥쪽으로 느슨하게 메는 행동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유네스코 아시아태평양 세계유산센터 자료에 따르면 호이안 고대 도시는 1999년에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으며, 15세기부터 19세기까지 활발했던 동아시아 무역항의 형태가 현재까지 보존된 보기 드문 사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출처: UNESCO).
베트남 여행은 루트를 어떻게 짜느냐에 따라 경험의 밀도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한국인이 많이 몰리는 메인 루트만 따라가면 편하긴 하지만, 조금만 옆으로 틀면 훨씬 깊고 오래 기억에 남는 장면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호이안에서 밤을 보내고, 깜란에서 조용한 바다를 마주하고, 기차를 타고 해안선을 따라 내려가는 그 시간들이 결국 베트남을 다시 찾게 만드는 이유가 됩니다.